그녀는 ‘검은 휘장’에 가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혼돈 상 태에 빠져 있다. 그 혼란스런 기억 속에서 오빠가 지난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어머 니가 부산하게 뛰어다녔고 ‘늦봄’에 그 어머니가 몸에 구멍을 만들며 죽은 일이 회상된 다.
◉ 제 3절 : ‘우리’의 시점 ; 객관적 서
최윤의 소설인 것이다. 작품『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도 그러한 최윤의 소설 특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서정적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시대적인 비극, 즉 80년 5월 광주민주 항쟁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최윤은 그 시절의 ‘우리’를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
소녀에겐 그럴만한 심리적 힘도, 기반도 남아있지 않다. 게다가 그녀는 `그 날` 엄마와 함께 `그 곳`에서 겪었던 일들을 온전히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녀에게 남아 있는 부분적인 기억들은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파편화되어 “검은 휘장”이라는 존재에 의해 방해 받고 있다.
내가 엄마 몸에 구멍
그녀의 행보를 따라가며 그녀의 내면을 조명하여 독자로 하여금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짐작하게 할 뿐이다. 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11장으로 나눠지는 소설은 소녀, 남자(장), 우리들의 세 가지 시점으로 서술된다(엄밀히 말하자면 장에 대해서만은 전지적 시점). 이들의 인물형은 각각 광주항쟁의
약탈, 그것은 어떠한 몸짓으로도 반항할 수 없기에 슬프며 분노하게 만드는 단어다. 그것을 소녀는 몇 번이고 감내해 낸다. 동네청년들에 의해, 장에 의해. 광주의 비극은 소녀의 강간과도 같았다. 손써볼 틈도 없이 쓰러져야만 했던 수많은 영혼들. 그것은 분명 폭력을 넘어 강간이었다. 광주의 비참함